경건한 블로그
블로그가 천덕구리가 되어가고 있나? 잘 쓰지도 않고 없어서는 안되겠고. 티스토리 쓰고 나서 글 쓴게 몇 개 안된다. 죄다 어디서 가져온 정보들, 커리큘럼 만든다고 정리해 놓은 문서들.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내가 생산하는 글들만 올리기로 하고 또 한번 싸그리 정리했다. 그러니까 이상하게 블로그에 글만 쓰려고 하면 경건해지더라. 이름은 “로그”인데, 내겐 블로그가 출판의 성격이 더 강했다고나 할까. 완벽한 글만 쓰려고 하니 머리가 아파오고 로그는 사라졌다. 좀 더 심플하게, 좀 더 간소하고 빠르게, 좀 더 생활속으로.
그래서 구글 블로거로 옮겼다. 사실 어디로 갈까 저울질하면서도 티스토리가 못내 눈앞에 아른거린 건 사실이었다. 얼마나 좋은가. 특히나 블로그테마에 좀 집착하는 나로서는 사용자에게 많은 부분을 개방하고 있는 티스토리를 어케 잘 해서 눌러앉아 볼까 고민도 여러번 했지만. 결정타는 메일로 글쓰기가 안된다는 거. 몇 개월 전, 엘지텔레콤의 빅3팩의 엄청난 비밀-사실은 나만 모르고 있었던 사실-을 파헤치고 나서 핸드폰으로 사진 첨부해가며 글 올리는 스펙타클한 현대문명에 감동먹고 이 새로운 내적 욕구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. 그런데 티스토리는 어째서 메일로 글쓰기를 지원하지 않는가. 없는 지식 동원해서 api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. 역시나 귀찮았다. 그거 만든다고 또 한동안 글 올리지 않겠지.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탓하며. 항상 뭐 그런식이다. 티스토리에 블로그 개설하고 한 일이라곤 테마 코딩한 거 밖엔 없다. 그러고는 시들해진다. 항상 뭐 그런식이다. 바로 지금까지 웹에 남아있는 나의 모든 것을 거두어 들인다. 싸이월드 다이어리/사진첩/게시판/동영상, 티스토리 전에 빽업해놓은 거, 전에 걸러져서 남아 있는 거, 구글캘린더 몇 개월치, 미투데이 잠깐 썼던 것 들. 나머지는 다 그래도 남겨두었는데 (비공개로) 미투데이는 빽업 좀 지원해달라는 글을 남기며 탈퇴해버렸다. 정말이지 그러모으면서 삽질의 연속이었다. 일주일걸렸다. 힘들었던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기로 하고. 일단 블로거닷컴에 대한 소견을.
블로거닷컴 옛날에 봤을때는 blogger.com 주소를 썼던 거 같은데 왜 지금은 못 쓰는 거야. 주소를 어떻게 만들가 갈팡질팡하다가 이름이 남아있는지 다른 블로그를 (많이도) 둘러봤는데 좋은 주소는 역시나 이미 다 누군가 선점했고 주로 좋은 주소들은 게시물이 없거나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발견했다. 그럼, 대한민국 사람들은 많이들 쓰나? 하고 프로필란은 좀 뒤적였는데 영어로 쓰는 20대후반에서 30대초반 그리고 한글로 쓰는 사오십대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블로거닷컴을 이용했다. 이건 좀 재미있는 분석 아닌가.
그냥 대충 아무거나 누르기 쉽고 4자인 것으로 주소를 만들고 내 도메인을 갖다 붙이려는데 이런, 호스트아이피를 제공하지 않고 CNMAE을 지정해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. 그런데 CNMAE은 2차도메인에만 지정된다. 줸장할. www를 붙일까하다가 뭐 다 같은 2차도메인인데 굳이 www를 붙여야하나 하는 생각에 alex 붙였다. 그랬더니 얼마전 마루호스팅에서 얻었던 무료계정 주소랑 헤깔리기도 하고 그게 더 쉬워보여서 허탈했다.
템플릿의 HTML은 바로 적응할 수 있었고 원하는 디자인 입히는데도 그닥 어렵지 않았지만 CSS 수정은 골머리 좀 썩었다. 템플릿에 나타나지 않았던 그 수많은 ID며 CLASS들. 살포시 무시하고 클래식템플릿 그냥 모른체하고 쓸까 유혹이 들 정도로. 일반적이지 않은 사항들 나한테만 적용되는 요소들을 넣으려고 할 때 가젯으로 넣어야할지 템플릿에 HTML로 넣어야할지 잠깐 판단이 안 섰고, 이미지를 올릴때가 마땅찮아 사진올리면 저장되는 피카사웹에 올렸는데 이미지주소를 감춰버리는 시츄에이션에 짜증났고, 위지윅이 원시적이라 괜찮은 블로그게시용 에디터를 찾고 있으며, 그 와중에 구글은 텍스트큐브를 인수하고 이 블로거닷컴을 구시대유물로 전락시키나 생각하던 차 뜯어보면 세심한 구성에 감탄하기도 하면서, 전 부터 하고 싶었던 가젯을 덕지덕지 붙이고 싶어 가젯제작법을 눈비비며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.
길어져서 대충 생략. 아무튼 맘에 든다. 잘 쓰자.